# 일희일비하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간 본전도 못 찾는다.
여름휴가를 맞아 부모님과 여행을 가기로 했다. 8월이 거의 다 지나갈 쯤으로 여수에 가는 일정을 잡고 숙소도 예약하고 했는데, 정작 출발하기 며칠 전 날씨를 확인하니 여행 일정동안 비 예보가 나와있었다. 작년 여름휴가 때도 기록적인 폭우를 뚫고 강원도 강릉에 놀러 갔었는데, 이번 휴가도 날씨는 망했다는 생각과 그래도 조금은 안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갖고 서울에서 출발했다. 내려가는 길에 억수로 쏟아붓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는 날씨를 보면서 여수에는 안 왔으면 좋겠다 했지만 결국 순천만에 도착한 오후 늦게 비가 쏟아졌다. 그나마 다행히 순천만에 가기 전에 들렀던 순천만 국제정원에서는 날씨가 괜찮았어서 아쉬운 마음을 접고 첫날 숙소로 바로 들어갔다.
여수에서 계획한 일정들이 대부분 외부를 돌아다니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날씨가 계획한 것에 비해서 풍경도 제대로 못 보고, 돌아다니기에도 좋지 않아서 머릿속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J의 특성인가. 날씨가 좋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계속 네이버 날씨 예보를 새로고침 하면서 내일 날씨를 쳐다보게 되었다. 날씨 예보를 보다 보니 '전남에만 비가 많이 온다는 거 같은데 경상도 부산이나 갔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고 그냥 부산에 가버려..?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맞이한 여행 2일 차, 여수에도 비가 많이 왔지만, 경상남도에도 비가 많이 왔었다. 그럴 리도 없었겠지만, 혹시나 자리를 옮겨서 부산으로 갔으면 더 심한 폭우를 맞이했을 뻔했다.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가면서 이렇게 했다가 저렇게 했다가 하는 것이 똑똑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비가 덜 올 것 같은 지역으로 옮겼는데 비가 더 많이 올 수도 있고,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옆 차선이 더 빠르게 가는 것 같아서 차선을 바꾸면 원래있던 차선이 더 빠르게 가는 경우도 있고,
한참 물려있던 주식도 내가 팔고나면 오르고, 다른 회사 주식이 좋은 것 같아서 사면 막상 산 주식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가끔은 미련해보이더라도 가만히 있고 처음 생각한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은 것 같다.
# 인생은 운빨이니까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자.
인생에는 항상 운이라는 요소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여행을 갈 때도 날씨운이 따르기 마련이고, 무언가를 할 때 보면 어느 시기에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확실히 운은 작동하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운이 작용하고 있지만 결국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마음가짐에 따라서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이번 여행 동안에 비가 많이 오는데 별달리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밖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몸도 힘들고 마음도 그리 편치는 않았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계속해서 ‘그래도 너무 더운 것보다는 차라리 비 오는 게 더 좋다.’, ‘비가 와도 구경하기 나쁘지 않다.’라는 말들을 하시면서 나름 여행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같이 가자고 먼저 제안한 아들 입장에서는 그런 말들이 많이 힘이 됐던 것 같다.
한 번은 비가 많이 오는 중에 오동도 방파제를 걸어서 건너가는 중이었는데, 쏟아지는 비에 바지가 다 젖고 하다 보니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 와서 볼 것도 없을 것 같은데 괜히 오자고 했나… 몸만 힘들게 그냥 카페 같은데 앉아 있을걸… 뚜벅뚜벅 걷는데 혼자 생각이 많아지면서 기분도 그다지 즐겁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뒤에서 우산을 쓰고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시며 졸졸 따라오시는 부모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좋은 생각을 하기로 마음을 다잡은 것 같다. 아마 뒤에서 부모님이 투덜거리시거나 불평을 하셨으면 나도 버럭 하면서 화를 내고 여행을 다 망치지 않았을까. 다시 와서 생각해 보니 굳은 말 없이 같이 시간을 보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생각해 보면 날씨도 그렇고 운에 작용하는 요소들, 주변 환경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물론 사전에 최대한으로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계획을 세우고 상황이 변하는 것에 따라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맞출 수는 있겠지만, 솔직히 그마저도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생겨나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모습인 것 같다.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일을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되, 운에 의해서 결과가 안 좋아지더라도 그것에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자. 내가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 조금은 모습이 좋지 않더라도 그 상황에서 즐거움을 찾고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 노력해 보자. 아직도 이런 생각들이 그런 순간들에 몸에 베어있지 않은 것을 보면, 나도 조금은 욕심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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